- 작성일
- 2012-12-20 09:29
이 글은 마을공동체 품애 대표이면서 종로구 지역주민으로 이번 활동의 스탭으로 봉사자로
함께해주신 변민숙 대표가 작성해 주셨습니다.
참 좋은 이웃입니다 – 행복한 다섯 손가락
올 겨울 들어 가장 눈이 많이 온 12월 7일. 흰 눈이 기쁨 되는 날이었습니다. 12월 7일~8일, 1박 2일
가족캠프가 서울 종로구 신교동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열렸습니다. 시각장애어린이 가족과 지역
내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만남의 시간이었죠.
이번 가족캠프는 종로장애인복지관과 마을공동체 품애가 함께 준비하고 기획했습니다.
3년 전 ‘행복한 다섯 손가락’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캠프를 진행한 후 참석한 분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낯설기만 했던 이웃이 아닌 이제는 길을 오가는 동네에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되었으니까요.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서로를 조금은 알 수 있었음을 확신한 듯합니다.
3년 후, 종로장애인복지관과 함께 ‘참 좋은 이웃입니다-행복한 다섯 손가락’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가족캠프를 가게 되었습니다. 3년 전 함께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참가하신 분들과 새로운 마음과
기대로 참가신청한 분들, 참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참석하고자 했으
나 주중에 캠프가 진행되어 아쉬움이 있었지만요.
설레는 마음으로 꾸러미 꾸러미를 들고 들어오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벼워 보이던지요.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은 것 같습니다. 조용했던 1층 카페는 어느새 정다운 소식을 전하는
소리와 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여행을 응원하기 위해 김영종 종로구청장님이 직접 복지관으로 찾아와
주셨답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길,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어울리는 이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과 큰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구청장님의 인사말 이후 품애와 함께 공동으로 이번 캠프
를 주관한 종로장애인복지관 최종길 관장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두 분의 든든한 응원을 받고 80여명의 대 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려서 걱정이었
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가평 예성연수원 입구까지 진입했습니다. 허나 입구에서 숙소까지 이동하
는 300미터 정도는 도저히 버스로 이동할 수 없어 모두가 내려 걸어가야만 했죠. 힘들어 하는 친구
들이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과 봉사자 등은 나름 겨울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즐거
워 했습니다.
시각장애어린이들은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순간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
습니다. 집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 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설레임을 주는 듯합니다.
3년 전 처음 ‘행복한 다섯 손가락’을 통해 인연이 되어 동네에서 마주하며 인사하고, 수다 할 수 있었
던 시각장애인가족회 어머니들과 용기 내어 다가가 “나 기억나니? 바스붐 같이 만들었던 공방선생
님이야”하며 눈에 익은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자 반갑게 손을 잡아 흔들어주는 시각장애 친구들. 3년
이 지난 오늘, 그 아이들이 훌쩍 커버렸지만 여전히 해맑고 밝은 아이들입니다.
지난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야 아이들에게 쉽게 친숙해 질 수 있었지
만 처음 캠프에 참여하게 된, 순전히 제 꾀임에 넘어간 이웃 분들과 그 가족들은 처음엔 뭘 해야 할
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기도 하고 조금 난감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 활동을 통해 어색하기
만 했던 분위기는 따뜻해졌고 여기저기에서 함박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말입니다.
공동체 활동 이후 ‘나, 너, 우리’ 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부모는 부모대로, 시
각장애어린이는 어린이대로, 비장애 형제/자매들은 그들대로 활동이 진행되었고 5세 미만의 아이
들을 위해 놀이방도 운영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서로 다른 남녀의 심리와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힐링할 수 있
는 시간으로 구성되었고, 시각장애어린이는 체험활동 중심으로, 그리고 비장애 형제/자매들은 감춰
왔던 자신의 마음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부모교육과 비
장애형제/자매를 위한 활동들은 재능기부로 마을공동체 품애 배안용감사와 경복궁아트홀 서정화대
표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어린이를 위한 체험활동을 위해서 가족단위 봉
사자가 짝을 이루어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해와 공감’. 특히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준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를 낭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는 많았지만 함축된 몇 마디 ‘감사해요’ ,
‘사랑해요’ 로 대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단어에 참으로 많은 의미들이 있었고,
그 의미들이 전달되는 포근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이벤트. 캠프가 진행되는 7일, 8일날 생일을 맞이한 분들을 위한 깜짝 시간이었습니다.
복지관에서 세심하게 준비해준 생일케익 그리고 선물. 캠프의 명칭처럼 참 좋은 이웃입니다.
실은 3년 전 캠프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아이들을 아주 잘 안다고 자부했던 저 조차도 중복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보며 화장실을 데려가지 않아 아주 친했던 어머니께 죄송한 맘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죠. 아이가 계속 꼬집고, 깨물고, 발로 차고 가만 못 있는 아이를 그저 잘 데리고 있어야 어머니
가 자유롭게 부모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저지하기만 했는데, 아이는 두 시간이
넘도록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게 된 건 아이가 바지에 실수를 하고 난 뒤의 일이었습니
다. 손등과 팔에 난 상처와 멍자국 만큼 마음이 아팠습니다.
1박 2일동안 아이들을 제대로 안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오히려 시각장애 아이들은 누군가의 돌봄에
익숙한 듯 금세 마음을 열어 줍니다. 감사하게도 말입니다. 손도 먼저 잡아주고 이름도 먼저 물어봐
주고, 제게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기억하려 합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며 손을 씻고 왔더니 아이가 말
합니다. “아까 났던 냄새가 더 좋아요”라고.. 쌍꺼풀이 짙게 나고 얼굴이 갸름한 혜원이는 막내 딸아
이처럼 예쁩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모두 똑같이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푼다는 것은 잘못된 말입니다. 베푸는 것은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우린 서로
가 약자이고, 결점 많은 존재이기에 누구는 세상을 눈으로 보고 누구는 귀로 듣고 마음으로 보는 차
이일 뿐입니다.
‘행복한 다섯 손가락’은 길거나, 혹은 짧거나, 혹은 휘거나, 상처가 있어도 다섯 손가락 모두가 행복
해야 한다는 취지로 열게 된 행사였습니다.
참여했던 이웃들은 행사 이후 동네에서 마주하는 시각장애인 가족들과 인사하는 것에 동네살맛 난
다며 감사해합니다. “행복한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니 저도 덩달아 행복합
니다. 이처럼 참 좋은 이웃으로 동네에서 함께 살아간다면 더욱더 살맛나겠죠.
이런 살맛나는 세상은 큰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진 않는 듯합니다.
그저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열리지 않을 마음 또한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12월. ‘참 좋은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혼자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함께 힘을 모아 1박 2일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나눈
종로장애인복지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캠프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협력하여 종로지역의
일들에 귀 기울이고 한 걸음 한 걸음 열린 공동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길 부탁해봅니다.
준비하고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마을공동체 품애 변민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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