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동안, 어떤 색을 칠할 수가 있을까” 라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 바로 시간입니다. 그 시간 안에 참 다양한 모습이 존재합니다. 노랫말처럼 어떤 색을 칠하며 사느냐는 당사자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종로장애인복지관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쓸모 있게’ 사용해볼 것을 권합니다. 이웃을 위해 도움을 준 시간을 화폐처럼 적립하고, 적립한 시간을 사용해서 이웃으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는 타임뱅크 실천을 통해서입니다.
타임뱅크에서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판매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시간을 기부한다. 관계를 만드는데 시간을 기부한다. 진정한 관계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한 시간을 기부한다는 것은 우리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어떤 것을 세우겠다는 뜻이다. - 값을 매길 수 없는 화폐: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를 위한 타임뱅크 中
타임뱅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겨울입니다. 복지관 조사연구에 참여한 두 연구원의 장애자녀가 다른 사람들과 느슨하지만,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고 타임뱅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복지관 가까운 곳에 있는 타임뱅크 하우스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포방터 시장 초입구에 위치한 타임뱅크 하우스는 (사)타임뱅크 코리아의 사무실이자, 지역주민들의 쉼터, 배움터였습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진심으로,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손서락 대표, 양혜란 사무국장이 거인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역 안에서 장애의 유무를 떠나,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관계 맺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인권생태계팀이 해야 할 일입니다. 장애가 있다고 도움만 받는 삶이 아닌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서로가 세워지는 삶, 타임뱅크를 통해 실천해보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희망브리지(전국재해구호협회)의 지원으로 타임뱅크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타임뱅크 실천방법으로 뜻을 함께하는 기관을 모집했고, 종로장애인복지관을 포함하여 모두 15개의 기관이 모였습니다. 이미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실천 중인 곳도 있었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기관도 있었습니다. 누가 더 빨리 갈지가 아니라, 함께 가니 더 좋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네트워크가 생겼습니다. 타임뱅크 코리아의 손서락 대표, 양혜란 사무국장의 협력으로 다섯 번의 교육도 마쳤습니다. 교육을 통해 타임뱅크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와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각 기관의 계획과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각 기관의 실천 이야기와 당사자를 잘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나누며 네트워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다른 축으로 타임뱅크 실천에 당사자의 참여를 돕고, 코디네이터의 데이터 관리를 위해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 안에서 도움주기, 도움 받기가 가능하고 나의 적립된 시간과 사용한 시간을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로 참여하는 기관이 모바일 플랫폼을 함께 사용하면서 당사자,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시간이음 서로이웃에 참여하는 장애인 당사자, 지역주민이 한 명 두 명 늘어나면서 관계망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그 관계망이 견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관계망으로 소외되는 이웃이 없었으면 좋겠고,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 오늘부터 ‘쓸모 있게’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이음 서로이웃 신청하기 https://forms.gle/8xZvHAcPNvddBh93A
- 글과 사진 : 종로장애인복지관 인권생태계팀 김지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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